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을 핵심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합법 이민이 훨씬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대규모 추방으로 빚어진 농업 인력 공백이 현실화되자, 정부 스스로 추방했던 이주노동자를 합법 비자로 다시 불러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4월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합법 이민이 월 13만 2,000명 감소한 반면 불법 월경은 월 5만 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합법 이민 감소폭이 불법의 2.5배에 달하며, 전체 이민 감소의 72%가 합법 경로 축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가족 비자는 약 65%, 유학생 비자는 약 40%, H-1B 전문직 취업비자는 약 25% 줄었고, 난민 입국은 2024년 12월 1만 2,500명에서 2026년 3월 약 1,300명으로 90% 가까이 급감했다. 현재 92개국이 사실상의 합법 이민 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카토연구소 이민연구 디렉터 데이비드 비어(David Bier)는 트럼프의 정책을 “불법 이민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이민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이념적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사상 최고로 안전한 국경을 실현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더 직접적인 아이러니는 농업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 전체 농업 노동자의 약 40%가 미등록 체류자로 추정된다. 대규모 추방이 이 인력을 직접 겨냥하면서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주요 농업 지대에서는 블루베리·포도·딸기 등이 수확되지 못한 채 밭에서 썩는 사태가 보고되고 있다.
조지아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세사르 에스칼란테 교수는 “미국 태생 노동자들은 하루나 반나절 일하다 그만두며, 다른 누구도 이 일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법으로 농업 계절근로 비자인 H-2A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이를 “불법 이민이 아닌 필수 근로자의 합법 입국 관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추방했던 이주노동자를 합법 경로로 다시 불러오는 구조라는 점에서 추방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흐름은 재미 한인 사회에도 직격을 가하고 있다. 가족 초청 이민, 취업비자, 유학생 비자 전 분야에서 심사가 강화됐고,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가 영주권 인터뷰 출석 중 체포되거나 정기 이민국 출석 중 구금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사례가 단기 정치 논리로 이주노동자를 밀어냈다가 경제적 현실 앞에 다시 불러오는 악순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토론회를 통해 강조한 “순환 소모가 아닌 장기 정착” 방향이 경제적 관점에서도 타당성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