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때 스웨덴에 온 이집트 출신 조마나 가드는 18세가 되던 해 추방 통보를 받았다. 학교와 친구, 언어, 삶 전부가 스웨덴에 있었지만 임시 거주허가 상태로 만 18세를 맞으면서 부모와의 법적 가족 관계가 끊어졌다. “내 삶 전체가 여기에 있다”는 그의 말은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스웨덴이민청은 “특별한 의존 관계”가 아닌 한 부모와의 정상적인 관계만으로는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던 나라 스웨덴은 이제 이미 부여한 영주권마저 소급해 취소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15년, 균열의 시작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민자 수용을 정책 기조로 삼았다. 1970년대 이후에는 노동 이민 중심에서 분쟁 지역 난민 수용으로 방향을 바꿨고, 연평균 약 2만 5천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스웨덴 통계청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내 외국 출생자는 214만 명으로 전체 인구 약 1천만 명의 20%에 해당한다.
균열은 2015년에 왔다. 시리아 내전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소말리아의 분쟁이 동시에 격화되면서 그해 한 해 16만 3천여 명이 스웨덴에 망명을 신청했다. 주스웨덴 대한민국 대사관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급격한 인구 유입은 실업률 증가, 주택 가격 급등, 재정 지출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여러 연구들은 스웨덴 내 외국 출생자가 전체 실업자의 55%, 사회복지 지출의 65%, 외국 출생 가구의 빈곤 아동 발생률의 77%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2020년 이후에는 이민자 집단이 형성한 갱단의 총기·폭발물 관련 범죄 발생률이 유럽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180도 달라진 정책
2022년 9월 총선에서 반이민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하며 연립정부를 외부에서 지지하게 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는 이민 통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25년 4월 1일, 이민청은 이른바 ‘트랙 변경’ 제도를 폐지했다. 난민 신청이 거부된 뒤에도 취업허가로 체류 자격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던 제도였다. 스웨덴이민청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조치로 취업 이민자 수천 명과 그 가족이 기존 허가가 만료되면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통계는 빠르게 바뀌었다. 인포마이그런츠(InfoMigrants)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스웨덴이 발급한 거주 허가 7만 9천684건 중 난민 관련 허가는 6%에 그쳤다. 2018년 18%였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같은 해 스웨덴의 망명 신청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덴마크도 2025년 망명 승인이 839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영구 체류’를 되돌리다
더 나아가 스웨덴 정부는 2025년 9월, 이미 부여된 영주권을 소급하여 취소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2027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은 난민 자격으로 영주권을 받은 이들에게 스웨덴 시민권 취득, 임시 거주허가 재취득, 또는 출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나 이미 국제 인권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웁살라대학교 국제공법 교수이자 룬드대학교 인권 객원교수인 레베카 소번 스턴은 헌법 전문 학술 매체 페르파스웅스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 법안이 “영구”를 “추후 통보 시까지”로 사실상 변경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 통제를 개인의 법적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법안 이행 기한이 지나치게 촉박해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직한 삶’ 기준, 7월 시행 추진
정부가 의회에서 심의 중인 또 다른 법안은 ‘정직한 삶(honest living)’ 요건이다. 유로뉴스가 2026년 4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규정은 비EU 국적자의 거주 허가 신청 및 갱신 시 이민청이 공공질서 위협 여부, 극단주의 성향, 경미한 범죄 전력, 부채 불이행, 복지 사기, 미신고 근로 등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 정부는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민부 장관 요한 포르셀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 머무는 것은 인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스웨덴 난민법률센터는 이 기준의 구체적 행위 목록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거주 허가 절차 전체가 예측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HRW(국제인권감시기구)는 같은 달 보고서에서 스웨덴이 유럽인권협약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 보호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현행 정책이 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한 다당간 의회 법안은 2025년 2월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인구가 빠져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민을 줄이려는 정책이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24년, 1973년 이후 처음으로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전출의 대부분은 이라크·소말리아·시리아 출신이다.
이에 대해 스웨덴 유력지 다겐스 뉘헤테르는 사설을 통해 이를 정책의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빈약한 사회통합 제도로 어려움을 겪다 스웨덴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실로 읽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지역지 할란즈 뉘헤테르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복지와 연금을 뒷받침해야 할 이민자의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자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배울 것, 피할 것
한국은 스웨덴의 실패와 반작용을 동시에 참고해야 한다. 202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0만 명을 넘어섰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면서 이민 정책의 방향 설정이 불가피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스웨덴 사례 분석에서 단기적 노동 수요 충족에 치중한 이민 정책이 언어 교육과 사회통합 지원 없이 집행될 경우 통합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을 경고했다.
스웨덴 정부는 오는 9월 총선 전까지 남은 입법 기간 동안 이중국적자 시민권 박탈 요건 확대 등 추가 법안을 계속 밀어붙일 방침이다. ‘포용의 나라’가 선택한 이 전환이 해답이 될지,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 될지는 유럽 전체의 이민 정책 실험 결과와 함께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