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화성시 한 도금업체 사업주가 작업 중이던 태국 국적 이주노동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밀착 분사해 장을 파열시킨 사건이 4월 15일 혐의가 특수상해로 상향됐다. 경찰 압수수색과 법무부 피해자 지원이 이뤄진 것은 사건 발생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2026년 2월 20일 오전 11시경, 화성시 발안공단 소재 도금업체 공장에서 태국 국적 노동자 B씨(40대 남성)가 작업대에 허리를 숙인 채 일하던 중 업체 대표 A씨(60대)가 에어건을 B씨의 항문 부위에 밀착한 상태로 분사했다.
B씨는 복부가 급격히 팽창하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검사에서 대장에 약 10cm 크기의 천공(직장파열)이 확인됐고, 응급 수술을 받아 현재도 인공항문을 착용한 채 2차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에어건 제조사는 4월 11일 JTBC 취재에서 “대장 용량이 2L 정도 되는데, 거기에 4L 공기가 들어간 것”이라며 항문 밀착 분사는 장 파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씨는 화성중앙병원을 거쳐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즉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인력사무소 숙소에 머물렀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B씨는 “사장이 만족한 듯 웃었다. 이전부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괴롭힘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사업주 A씨 측은 대리인을 통해 “작업 중 에어건 손잡이가 눌려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고의성 여부는 수사 중이다.
사건이 공론화된 것은 4월 7일 한겨레의 단독 보도, 4월 9일 JTBC의 추가 보도 이후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7일 청와대 서면브리핑을 통해 경찰과 노동청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소중한 동반자인 이주노동자는 마땅히 존엄을 보장받아야 할 인격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월 8일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했다. 4월 14일에는 수사관 20명을 동원한 압수수색을 집행해 에어건 2대, A씨 휴대전화, 사업장 내 전자저장장치를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현장 감식에 투입됐다. 공장 내부에 CCTV가 없어 의료 소견을 토대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 과제다. 경찰은 4월 15일 A씨 혐의를 상해에서 특수상해로 변경 입건했다.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선고받는 중한 혐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9일 성명에서 “경기 화성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에어건 고압 공기 분사로 중상을 입은 사건은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존엄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사건은 한 사업장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취약한 지위를 이용한 인권침해가 반복돼온 현실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4월 10일 제32회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어 B씨에게 G-1 체류자격 변경을 허가하고, 희망 시 국내 취업도 허용하기로 했다. 수원 스마일센터 심리 상담, 법률구조공단 법률지원도 함께 제공된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승인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 노동시장에서 정당한 대우와 보호를 받아야 하듯, 우리 사회의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이주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2010년대 초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일하다 2020년 7월 비자가 만료된 뒤 미등록 상태로 인력사무소를 통해 해당 사업장에 파견됐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노동계는 이 구조가 사업주에게는 ‘무기’가 되고 노동자에게는 ‘족쇄’가 된다고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사업장 변경 요건 완화를 포함한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2024년 실태조사(경기도 이주민 건강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의 59%가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분 노출 우려가 주된 이유였으며, 건강보험 미가입자에게는 건강보험 수가의 최소 2~3배에 달하는 일반 수가가 적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근로계약서와 고용 이력 없이 근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