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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산재 인정 4.1%…미등록 이주노동자 의료·산재 사각지대 여전

2024년 외국인 산재 9,219명, 사망 114명
정부 통합지원 로드맵 6월 확정

 

산업용 에어건이 인체에 분사돼 장 파열을 일으킨 화성 도금업체 사건은 단순 폭행 사건을 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처한 의료·산재 사각지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피해자 B씨(40대, 태국 국적)는 응급실에서 건강보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즉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했고, 사업주가 약 1천만 원을 현금으로 결제한 뒤에야 수술이 진행됐다. B씨는 2011년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일하다 2020년 비자 만료 후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 산재보험 있어도 통로는 닫혀

법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미등록 노동자는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 가입 이력이 없어 산재 신청 첫 관문부터 막힌다. 아웃소싱 인력업체를 통해 파견된 경우 공식 고용 기록이 남지 않아 사용 관계 입증조차 어렵다. 산재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어도 그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사실상 닫혀 있는 셈이다.

 

통계로 확인되는 외국인 산재 규모는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외국인 노동자 산재 현황 자료를 보면,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는 2020년 7,583명에서 2024년 9,219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2020년 118명에서 2024년 114명으로 매년 1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전체 피해의 76%를, 사망 사고의 73.5%를 차지했다. 농·어업 산재는 2020년 149명에서 2024년 293명으로 96.6%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 사망자 93.6%, 원인 미기록

기록되지 않는 죽음은 더 많다.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2024년 11월 발간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3,34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망자는 137명, 비율로 4.1%에 그쳤다. 나머지 93.6%는 사망 원인조차 행정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위험은 같은 연령대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2.3~3.6배 높았다. 자살로 추정되는 사례도 최소 173명에 달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는 “이주노동자 몇 명이 무엇으로 죽었는지조차 묻지 않고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단기 대책으로 의료 접근성 강화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의료적 처치·치료 과정 중 체류 기간 보장을, 중장기 대책으로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권고했다.

 

의료 접근성 문제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2024년 발표한 「경기도 이주민 건강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의 59%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민에게는 건강보험 수가의 최소 2~3배에 달하는 일반 수가가 적용된다고 짚었다. 단속에 대한 두려움은 신고와 치료를 모두 단념시키고, 미등록 노동자는 산재가 발생해도 신고 대신 침묵을 택한다.

 

■ 통합 로드맵, 실질 보호 과제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 흐름을 잡아가는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요건을 강화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주는 3년간, 질병·부상이 발생한 경우 1년간 외국인 고용이 제한된다.

 

정부가 4월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 추진방향」도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취업·노동조건·산업안전을 통합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담았다. 5월 중 최종안 마련, 상반기 내 확정·발표가 예정돼 있다.

 

다만 현장과 학계는 제도의 방향만큼이나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강득구 의원은 산재 원인의 철저한 분석과 다국어 안전교육 의무화, 외국인 전담 안전관리자 배치를 함께 요구했다.

 

의료·산재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서는 산재 신청 단계에서 사용 관계 입증을 완화하는 행정 조치, 치료 기간 중 단속 유예 및 체류 보장,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응급 의료비 공공 부담 같은 제도 보완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권단체에서 이어지고 있다.

 

화성 사건에서 사업주는 4월 30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법무부는 4월 10일 제32회 외국인 인권 보호 및 권익증진 협의회에서 피해자 B씨의 국내 체류 허가와 취업 허용을 결정했다. 한 노동자의 신체에 가해진 폭력이 행정과 사법의 응답을 끌어낸 사이,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같은 사각지대 안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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