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이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주요 이주정책 의제로 다시 꺼냈다. 제2차 국제이주검토포럼(IMRF)이 5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주기구(IOM)는 이주민이 건강과 기본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보건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이주검토포럼은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국제 회의다. 이번 포럼에서 채택된 2026년 진행 선언은 이주민의 보건 서비스 접근, 이주민을 포함하는 보건체계, 치료의 연속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WHO는 이주민이 법적 지위, 비용 부담, 언어 장벽, 사회적 차별 등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돌봄의 공백과 건강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민 건강권은 단순히 병원 이용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농촌 계절근로자, 중도입국청소년, 결혼이민자, 난민 신청자 등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체류 형태와 생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의료 장벽을 겪을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작업 중 부상과 직업병 문제가, 농촌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숙소 환경 문제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는 언어 소통과 정신건강 지원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WHO와 IOM은 이주민을 위한 별도의 예외적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기존 보건체계 안에서 이주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WHO는 2026년 3월 발표한 자료에서 조사 대상 93개 회원국 가운데 60개국 이상이 난민과 이주민을 국가 보건정책이나 법 체계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 흐름이 이주민을 별도로 분리해 다루는 방식에서, 기존 보건체계 안에 이주민 접근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이주민 건강권은 외국인 노동자와 농촌 계절근로자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현장에서는 작업 중 부상과 산재 처리 절차가, 농촌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숙소 환경, 지역 의료기관 접근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단기 체류 형태로 일하는 계절근로자는 아프거나 다쳤을 때 어디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비용 부담은 어떻게 되는지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이주배경 청소년과 결혼이민자에게도 건강 정보 접근성은 중요한 과제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언어 장벽과 학교 적응 과정에서 정서적 위축을 겪을 수 있고, 결혼이민자나 다문화가정 부모는 임신·출산, 예방접종, 아동 건강검진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이용하기 어렵다. 의료 통역, 쉬운 언어 안내, 지역 보건소와 학교·가족센터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 제도와 공공의료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이주민이 실제 현장에서 제도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증상을 설명하거나 진료 절차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단기 체류자나 계절근로자는 지역 의료기관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체류자격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비용 부담을 우려해 진료를 미루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주민 건강권 논의는 이주민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감염병 대응, 산업재해 예방, 아동·청소년 성장 지원, 지역사회 안전망과 연결된 공공보건의 영역이다. WHO와 IOM이 강조한 이주민 포용형 보건체계 논의는 한국에서도 의료 통역, 건강정보 안내, 산재·응급의료 접근성, 지역 보건소와 가족센터의 연계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