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외부와 단절된 채 수감 생활을 해온 아웅산 수치(80) 미얀마 국가고문이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군부 쿠데타 수장 출신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은 4월 30일(현지시간) 수치 고문의 남은 형기를 감형해 지정된 거처에서 복역하도록 명령했다고 미얀마 대통령실이 5월 1일 발표했다. 잔여 형기는 변호인단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8년을 조금 넘는다.
대통령실은 “인도적 고려와 국가의 선의”를 이유로 들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실제 이동이 4월 16일 까손 축제 기간에 비공개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가택연금 장소는 공식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도 네피도 인근 군인 가족용 폐쇄 단지 내 새로 지은 주택이라는 NLD 측 관계자 진술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수치 고문은 군부 쿠데타 이후 19개 혐의로 징역 3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4월 17일 미얀마 전통 새해(틴잔) 사면으로 22년 6개월, 이번 부처님오신날 사면으로 18년 9개월 안팎으로 두 차례 감형됐다. 그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양곤 자택에서 15년간 가택연금 생활을 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이 4월 30일 밤 네피도 가택연금 장소로 이송됐다고 확인하면서, 단순한 면회가 아니라 법률팀이 직접 방문해 여러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5월 3일로 잡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성명에서 그가 5년 넘게 감옥에서 견뎌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자유를 부당하게 박탈당해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가택연금 전환에 대해 어떠한 직접 통보도 받지 못한 채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도 전했다.
수치 고문의 아들 킴 아리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친이 이송됐다는 실질적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어머니와 대화가 허용되거나 독립적으로 상태와 소재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서도 2022년 촬영된 것이라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조치는 군부의 일련의 화해 제스처 흐름 위에 놓여 있다. 민 아웅 흘라잉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NLD 등 야권을 배제한 채 진행된 총선에서 압승했고, 4월 초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뒤 사면과 평화회담 제안 등 유화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4월 17일에는 수치 고문에 충성했던 윈 민 전 대통령이 사면으로 석방됐고, 4월 25일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네피도를 방문해 수치 고문을 면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를 “신뢰 가능한 정치적 과정의 여건 조성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정치범 석방과 즉각적 폭력 중단을 함께 촉구했다. 반면 인권단체 ‘버마 캠페인 UK’의 마크 파머너 대표는 AP통신에 이번 조치가 군부 통치 유지를 위한 홍보 활동이라며 누구도 속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고,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네이 폰 랏 대변인 역시 저항 운동의 방향을 돌리려는 시도라며 경계했다.
지역 차원에서도 ASEAN은 5월 7~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48차 정상회의에 미얀마 외교부 상임차관을 대표로 받아들이는 한편, 4월 총선의 정통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2021년 채택된 ‘5개항 합의(5PC)’의 폭력 중단과 포용적 대화 요구를 유지했다. 미얀마는 본래 2026년 ASEAN 의장국이 될 순서였지만 2023년 회의에서 순번을 건너뛰고 의장국이 필리핀으로 이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