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불법이민 단속을 넘어 합법이민의 문까지 빠르게 좁히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머무르며 영주권으로 신분을 바꿀 수 있게 했던 절차를 사실상 막으면서, 미국 내 외국인 수십만 명이 영향권에 들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이민당국(USCIS)은 5월 21일 자 메모를 통해, 미국 안에 있는 외국인이 출국하지 않고 영주권으로 신분을 조정하던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 절차를 원칙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 미국 영사관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해야 하며, 미국 내 처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당국은 이를 두고 법의 본래 취지로 돌아가 그동안의 허점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장은 크다. 미국에서 매년 발급되는 영주권의 약 절반이 이 신분조정 방식으로 나온다. 전직 이민당국 관계자는 미국 언론에 수십만 건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해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받은 78만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가족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이민단체들은 가족이 갈라지고, 직장을 떠나야 하며, 본국에 미국 대사관이 없거나 안전하지 않은 경우 신청 자체가 막히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조치는 합법이민을 조이는 일련의 흐름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과 기근을 피해 온 이들의 난민 수용을 사실상 중단했다. 다만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인에게는 신속한 입국 경로를 따로 열어 두어 논란이 됐다. 한 집계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들어 4월 말까지 재정착한 난민 6천여 명 가운데 거의 전부가 백인 남아공인이었다.
여기에 여러 나라의 임시보호지위(TPS)를 끝내고, 수십 개국의 입국과 비자 발급을 정지했다. 한 전문가는 2026년 들어 합법이민을 줄인 규모가 국경에서 불법이민을 막은 규모보다 월 단위로 두 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국 독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입국·비자가 정지된 국가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이번 신분조정 절차 변경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며 영주권을 기다리던 한국인, 미국 시민·영주권자가 된 한국인의 가족도 본국으로 돌아와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처럼 애초에 영주권 신청을 염두에 둔 일부 비자는 예외로 분류돼, 전문 인력은 숨통이 다소 트인다.
흐름을 멀리서 보면 대비가 뚜렷하다. 미국이 합법이민의 문까지 닫아거는 사이, 한국은 동포 비자를 통합하고 인구감소지역의 외국인 고용 문턱을 낮추며 문을 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도, 두 나라가 택한 방향은 정반대다. 이민을 둘러싼 미국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비슷한 길목에 선 한국에도 적지 않은 참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