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국인 유권자 15만 명 돌파
머릿수는 늘어도 투표율은 하락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 외국인 유권자가 15만 1,532명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5월 27일 발표한 수치로,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다.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의 12만 7,623명보다 2만 3,909명, 18.7% 늘었다. 전체 선거인 4,464만 9,908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0.34%로 역대 최고치다.
규모는 빠르게 커졌지만 정작 투표장에 가는 외국인은 줄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35.2%에서 2014년 17.6%, 2018년 13.5%, 2022년 13.3%로 떨어졌다. 12년 사이 참여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머릿수는 늘어도 실제 정치적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은 2005년 여야 공동 발의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첫 적용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였고, 당시 외국인 유권자는 6천여 명에 그쳤다. 상당수가 오래전부터 국내에 살아온 대만계 화교였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규모는 22배 넘게 불었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10만 명을 넘어선 뒤 이번에 15만 명대에 들어섰다.
■ 영주권·3년 거주 문턱, 안산·시흥 쏠림
현행법상 투표권은 영주(F-5) 체류자격을 얻은 뒤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 가운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고, 권한은 지방선거에 한정된다. 후보로 나설 피선거권도 없다.
외국인 유권자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외국인 주민이 많은 경기 안산시와 시흥시는 외국인 유권자 비율이 1.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외국인 주민 비율 자체가 전국 최고 수준인 충북 음성군도 유권자 비중은 약 0.8%에 머물렀다. 영주권과 3년 거주라는 문턱 탓에, 외국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유권자가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 다시 불붙은 존폐 논쟁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었다. 쟁점의 한가운데에는 영주권자 가운데 중국 국적이 다수라는 점이 있다.
폐지·재검토를 주장하는 측은 ‘상호주의’ 원칙을 든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중국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는데, 국내 거주 외국인은 요건만 갖추면 표를 행사할 수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온라인 일각에서는 초박빙 선거구에서 외국인 표심이 결과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지방자치연구에 실린 한 논문은 국적이 없는 사람에게 참정권을 주는 현행 제도가 상호주의에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현행 제도가 이미 충분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영주권 취득과 3년 거주 문턱이 높고, 투표율마저 13%대로 낮아 외국인 표심이 전국 단위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기 거주하며 지방세를 내고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에게 지역 사안에 대한 발언권을 주는 것이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는다는 논리도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지방참정권을 도입해 얻은 평가를 스스로 깎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출발점에는 외교적 배경도 있었다. 2005년 도입 당시 국회와 학계에서는 일본 내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문제가 주요 근거로 거론됐다. 일본에 한국계 영주권자의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던 상황에서, 한국도 상호주의에 따라 일정 수준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도입 초기와 지금은 외국인 인구 구성이 크게 달라졌고, 그만큼 논쟁의 성격도 바뀌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참정권을 둘러싼 물음은 결국 한국 사회가 공동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