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Temu)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초저가 해외직구 플랫폼을 둘러싼 제품 안전과 소비자 보호 문제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이 판매자 관리와 위해 제품 차단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가 커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5월 28일 테무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며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EU는 테무가 자사 플랫폼에서 불법 제품이 판매될 위험과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식별·분석·평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충전기와 유아용 장난감 등 일부 제품의 안전 문제가 확인됐고, 추천 시스템과 인플루언서 홍보 방식이 불법 제품 노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테무가 개별 상품의 제조사가 아니라는 점이 아니다. EU가 문제 삼은 것은 플랫폼이 어떤 제품을 노출하고, 어떤 판매자를 입점시키며,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는지를 통제한다는 점이다. 제조사가 따로 있더라도 플랫폼이 상품 유통 구조와 광고·추천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줄일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다.
테무 측은 EU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무는 규제 원칙과 소비자 보호 취지에는 협력하겠지만, 현재의 개선 노력과 내부 시스템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테무에 2026년 8월 28일까지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이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내에서도 테무에 대한 제재 사례가 이미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6월 11일 테무 운영사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 5,7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테무가 경품 행사와 할인 쿠폰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가 조건을 쉽게 알기 어렵게 표시하거나, 제한시간 내 앱을 설치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100만 원도 함께 부과됐다.
제품 안전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1월 29일 2025년 한 해 동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온라인 유통사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 3,876개를 구매해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563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생활화학제품, 금속장신구, 석면함유우려제품 등이 포함됐으며, 부적합 제품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와 판매 차단, 관세청 협조를 통한 국내 반입 차단 조치가 진행됐다.
해외직구 플랫폼은 낮은 가격과 빠른 접근성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제품 안전 인증, 표시 정보, 환불·교환, 피해 구제 절차가 국내 유통망과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해외 판매자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하면서도 국내 안전기준과 전자상거래 규범을 충분히 따르지 않을 경우, 피해는 개별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이번 EU 제재는 해외 플랫폼 규제가 단순히 ‘외국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중개 공간이 아니라 상품 노출, 광고, 추천, 판매자 관리, 소비자 접점까지 통제하는 유통 인프라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으로 소비자 선택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실제로 필요한 것은 낮은 가격뿐 아니라, 안전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절차다.
국내 제도 역시 해외 플랫폼을 별도의 예외 영역으로 두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어 광고와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결제·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소비자 보호 의무도 그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 판매자 정보 공개, 위해 제품 신속 차단, 허위·과장 광고 방지, 환불·분쟁조정 절차의 실효성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