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이 6월 11일 막을 올렸다. 미국·캐나다·멕시코 16개 도시가 무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환영보다 단속 우려가 먼저 번졌다. 전체 경기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8경기가 미국에서 열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대회 기간 내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개막 당일, ‘단속 휴전’ 요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개막 당일인 6월 11일, FIFA 후원 기업들을 향해 ‘단속 휴전(ICE Truce)’ 지지를 촉구했다. 대회 기간 모든 경기장과 행사장에서 이민 집행을 자제하겠다는 미 연방정부의 공개 약속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HRW에 따르면 5~6월 인권단체·서포터즈·노조가 19개 기업에 서한을 보내 FIFA와 미 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속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도 제시됐다. HRW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2025년 1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미국 내 11개 개최도시 안팎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최소 16만 7천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같은 단체는 2026년 들어 이민 구금 중 사망자가 19명에 이르고, 연방요원이 미국 시민 2명을 불법적으로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수치와 사망 경위는 HRW 자체 집계이며, 미 정부의 공식 확인은 별도다.
■노조는 파업, 의회는 입법..백악관은 침묵
미국 내부의 반발은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소파이(SoFi) 스타디움의 노조 ‘유나이트 히어 로컬 11’은 단속을 막지 못하면 파업하겠다고 경고했다.
약 2천 명을 대표하는 이 노조는 대회 기간 경기장에 이민요원을 배치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6월 12일 미국 남자대표팀 홈 개막전을 포함한 이곳 8경기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회도 움직였다. 민주당의 넬리 포, 에릭 스월웰, 라모니카 매키버 의원은 지난 3월 19일 개최도시 대중교통에서의 이민 집행을 금지하는 등 월드컵 기간 단속을 차단하는 법안 3건을 발의했다. 포 의원은 ICE 책임자에게 경기장 접근 자제를 직접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선을 긋지 않았다. 백악관 FIFA 월드컵 태스크포스의 앤드루 줄리아니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외국 관중이 ICE의 표적이 될지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회 기간 단속 유예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공식 합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선수도 팬도 입국 문턱에 걸려
선수단도 비켜 가지 못했다. 이란 대표팀은 6월 15일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입장권 배정이 철회됐고, 지원 스태프 일부가 입국을 거부당해 멕시코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라크 대표팀 사진기자 탈랄 살라는 6월 5일 시카고 도착 후 10시간 넘게 억류된 끝에 입국이 거부됐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를 통상적인 추가 검사 절차라고 해명했다. 일부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빗장은 관중에게도 내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39개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코트디부아르·아이티·이란·세네갈 등 본선 진출국 팬들은 사전 비자 등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미국 내 경기를 볼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메가 이벤트의 환대와 강경 단속이 정면으로 부딪친다고 본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개막 전부터 여행 금지와 단속, 비자 거부가 선수와 팬 모두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HRW도 79쪽짜리 취재 가이드를 내고, 개최도시가 인권 위험을 안은 채 대회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월드컵은 한 달 넘게 이어진다. 7월 19일 결승까지, 그라운드 밖의 충돌이 어디로 향할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단속의 칼끝이 이주민 공동체를 겨눌 때, 축제의 환대가 누구에게까지 닿는지를 이번 대회가 시험대에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