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빗장을 더 단단히 걸었다. EU 이사회와 의회 협상단이 6월 1일(현지시간) 이민자 추방을 강화하는 새 귀환 규정에 잠정 합의했다.
보호 자격이 없는 이민자를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는 ‘송환 허브’가 핵심이다. 한때 난민에 관대하던 유럽이 강경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송환 허브’, 난민을 제3국으로
새 규정의 핵심은 송환 허브다. EU 회원국이 역외 제3국과 협정을 맺어 그 나라에 추방 대기 시설을 두고 보호 자격이 없는 이민자를 출신국이 아닌 곳으로 보낼 수 있게 했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하다 무산된 르완다 이송 방식과 닮았다. 이탈리아는 이미 알바니아에 망명 거부자 수용 시설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델이 이제 EU 전체의 법적 틀로 올라섰다.
회원국은 곧바로 움직였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망명이 거부된 이민자를 추방 전 역외 시설에 수용하는 송환 거점 계획을 2026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덴마크·그리스도 협상에 들어갔다. 개발원조 확대나 비자 제공이 상대국을 끌어들이는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 구금 30개월·유럽귀환명령…추방의 제도화
세부 조항은 더 촘촘하다. 이민자 구금 기간은 기존 최대 6개월에서 최장 30개월로 늘어난다. 한 회원국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이 다른 나라로 옮겨 체류를 이어가던 길도 막힌다.
EU 전역에서 효력을 갖는 ‘유럽귀환명령(ERO)’이 새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EU는 국경 밖에서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방글라데시·튀니지처럼 난민 인정률이 낮은 나라 출신 신청자는 신속 심사를 거쳐 추방할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뿌리는 2023년 타결된 이민·망명 협정이다. 유럽의회는 올해 2월 10일 후속 개정안을 찬성 396표, 반대 226표로 통과시켰다.
5월 12일에는 외부 국경 심사를 강화하고 망명 절차를 줄인 ‘EU 이민·난민 협정’이 시행됐다. 6월 1일 귀환 규정 합의는 그 위에 추방이라는 마지막 단추를 끼운 셈이다. 규정은 본회의 승인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발효될 전망이다.
■ 한국이라는 거울
비판도 거세다. 국제앰네스티는 사람들이 한 번도 발 디딘 적 없는 나라로 보내질 위험에 놓였다며, 이는 위험한 곳으로의 강제 송환을 금지한 1951년 난민협약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인권 상황이 우려되는 나라가 ‘안전한 국가’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때 강경 우파의 전유물이던 제3국 수용 구상이 유럽의 주류 정책이 됐다고 짚었다. 유럽의회 안에서는 추방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남의 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도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이민 문을 넓히는 중이다. 그러나 보호의 문은 좁다. 법무부 집계로 199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누적 난민 인정률은 2.7%, 인도적 체류를 더한 보호율도 7.4%에 그친다.
최근 몇 해는 1~2%대에 머문다. 노동력을 위해 문은 넓히되, 난민 보호의 범위는 좁게 유지하는 구조다. 유럽의 강경 선회는 받아들일 이민과 걸러낼 대상을 뚜렷이 나누는 기조가 선진국 전반의 흐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