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오랜 빗장을 풀었다. 53년간 이어진 오후 시간대 주류 판매 금지를 5월 29일 영구 폐지했다. 관광과 내수를 살리려는 결정이다. 그러나 음주운전과 건강을 둘러싼 우려는 그대로 남았다.
■ 1972년 군부가 세운 빗장
금지의 뿌리는 1972년이다. 군부 통치기에 도입된 이 규정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술 판매를 막았다. 공무원이 근무 중에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였다고 전해지지만, 당초 이유는 지금은 분명하지 않다. 불교 국가인 태국은 음주를 권장하지 않으면서도 음주 문화 자체는 흔하다. 이 어정쩡한 규제가 50년 넘게 이어졌다.
빗장은 5월 29일 풀렸다. 태국 보건장관이 주류통제법 개정안에 서명하고 관보에 실으면서 곧바로 효력이 생겼다. 이제 등록 매장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포함해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술을 끊김 없이 팔 수 있다. 한낮의 판매 공백이 사라진 것이다. 국제공항, 면허를 받은 유흥업소, 호텔, 지정 행사장 등은 별도 시간 규정을 적용받는다.
■ 시범이 영구로…매출 8~12% 증가
이번 폐지는 시범 운영의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180일간 금지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연말과 4월 송끄란 축제 같은 성수기 관광을 겨냥한 조치였다.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현지 주류 수입·유통업체 집계로 시범 시행 뒤 매출은 주별·품목별로 8~12% 늘었다. 정부는 이 흐름을 확인한 뒤 규제를 아예 영구화했다.
배경에는 관광 부양이라는 절박함이 있다. 태국 정부는 올해 외국인 입국객을 약 3,400만 명으로 내다보지만, 1인당 지출은 여전히 낮을 것으로 본다. 관광이 경제의 큰 축인 나라에서 방문객을 더 끌어들일 방법을 찾는 셈이다. 부총리는 성수기에 관광과 경제 활동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관광 호재 뒤의 그늘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태국은 아시아에서 음주율이 가장 높은 축에 든다. 2021년 인구당 교통사고 사망은 세계 16위였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은 약 3만 3천 건에 달했다. 판매 시간이 늘어난 만큼 음주운전과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국 정부는 도로 사고와 입원, 음주량 변화를 지켜본 뒤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술을 더 오래 팔아 경제를 살릴 것인가, 공중보건을 지킬 것인가. 빗장을 푼 태국 앞에 이 질문이 놓였다. 송끄란 등을 찾는 한국 여행객과 국내 태국 이주민에게도 달라진 규정은 직접 와닿는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