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없어 표를 던지지 못한 유권자가 나왔다. 그 표를 검증할 증거는 폐기 의혹에 휩싸였다. 6·3 지방선거가 남긴 두 장면이다. 사람들은 이를 ‘참정권 침해’라 부른다. 선거의 승패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가 권리를 행사하고, 그 결과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흔들렸다.
■ 무슨 일이 있었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6월 3일 치러졌다. 투표율은 61.0%로 4년 전보다 10.1%포인트 올랐다. 앞선 사전투표(5월 29~30일) 투표율도 23.5%를 기록했다.
문제는 본투표 당일 터졌다.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중앙선관위가 6월 9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다. 이 가운데 서울이 4,206장이었다.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투표소는 전국 26곳으로, 중단 시간은 최소 4분(서울 강남구 도곡2동 제4투표소)에서 최대 105분(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까지였다. 애초에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50%에 못 미치게 인쇄한 투표소가 전국 1,371곳에 달했다는 점이 사태의 바탕에 깔려 있다.
책임 표명도 이어졌다. 6월 3일 허철훈 사무총장이, 6월 5일 노태악 위원장이 각각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의를 밝혔다. 6월 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수사도 본격화됐다.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6월 7일 꾸려졌고, 11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사태의 진상 규명과 선거관리 개혁을 요구하는 국정조사 요구서가 여야 양쪽에서 각각 제출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11일 저녁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민참정권 침해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검·경의 신속·엄정 수사와 국정조사 협조를 주문했다.
가장 무거운 대목은 따로 있다.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법원의 증거보전 절차를 거치기 전에 폐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관계는 수사와 진상규명위 조사가 가릴 부분이다. 다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단순 관리 부실을 넘어 사후 검증 자체를 막은 일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