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주민 증가에 맞춰 다문화정책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결혼이민자 가족 중심으로 출발한 다문화정책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외국인근로자 가족, 장기체류 이주민 등 다양한 이주배경 가족의 현실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가족부는 6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민 증가 시대 맞춤형 다문화정책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과 국무총리 소속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민간위원, 다문화가족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해 정책 현안과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외국인 근로자 등 다양한 이주민 유입과 장기 거주 증가로 정책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이주배경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미래 다문화가족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73만 8천 명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제시한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4세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73만 8천 명으로, 전체 아동·청소년의 7%를 차지한다. 아동·청소년 14명 중 1명꼴이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출생 배경, 입국 시기, 한국어 능력, 가정환경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국내에서 태어나 성장한 학생도 있고, 중도입국으로 한국어와 교과학습을 동시에 따라가야 하는 학생도 있다. 부모의 체류자격이나 가족 상황에 따라 행정서비스 접근성도 달라진다. 같은 ‘이주배경’이라는 말 안에서도 실제 생활 조건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다문화정책은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의 한국사회 적응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어교육, 가족상담, 자녀지원, 통번역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주민 유입 경로가 다양해지고 장기체류가 늘면서 기존의 다문화가족 지원 틀만으로는 현장의 수요를 충분히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 결혼이민자 가족 중심에서 ‘이주배경 가족’으로
간담회에서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과 다문화가족 정책 발전 방향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학습 지원과 다양한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 서비스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추진된 다문화가족 정책의 성과를 짚고, 사회환경 변화에 맞는 정책 발전 방향을 제안했다.
정책 대상을 넓힌다는 것은 단순히 지원 인원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센터, 학교, 지방자치단체, 이주민 지원기관이 각각 따로 운영하던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에게는 한국어교육뿐 아니라 교과학습, 진로지도, 심리상담, 학부모 소통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가족에게는 체류, 고용, 돌봄, 복지, 의료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안내체계가 필요하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수도권과 산업단지, 농촌지역, 외국인 주민 밀집지역은 이주민 유입 구조가 다르다. 결혼이민자 가족이 많은 지역, 외국인근로자 가족이 늘어나는 지역, 중도입국 청소년이 많은 지역의 정책 수요는 같을 수 없다. 중앙정부의 방향 설정만큼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 정책 확대, 현장 서비스로 이어져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 20여 년간 정부가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형태의 이주배경 가족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폭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논의 이후다. 정책 대상 확대가 실제 서비스 확대로 이어지려면 예산, 인력, 통역, 자료, 지역기관 협력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73만 8천 명 시대에는 ‘누가 다문화가족인가’를 따지는 행정보다, 어떤 아이와 가족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먼저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