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명의의 계정을 이용해 배달업에 종사한 외국인 734명이 출입국 당국에 적발됐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적발된 인원이 지난해 전체 적발 인원 67명의 약 11배에 이른다.
적발된 외국인 가운데 유학생이 절반을 넘었고, 일부 배달 영업점은 다른 사람 명의의 계정을 수십 명에게 빌려주고 매달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체류자격 위반뿐만 아니라 계정 대여를 수익사업으로 삼은 영업점과 실제 이용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배달 플랫폼의 관리 책임도 함께 드러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 7월 6일 외국인 불법 배달 라이더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출입국관리법상 체류·활동 범위와 외국인 고용 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외국인 734명과 배달 영업점 1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 유학생 410명…96개 대학에 재학
체류자격별로는 유학 자격인 D-2가 410명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재외동포 F-4가 149명, 구직 D-10이 99명, 그 밖의 체류자격이 76명이었다. 적발된 유학생이 소속된 대학은 모두 96곳으로 확인됐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444명으로 61%를 차지했고, 중국 164명, 우즈베키스탄 86명, 그 밖의 12개국 40명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82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이 172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에서 적발된 인원만 454명으로 전체의 약 62%다. 대전 43명, 인천 40명, 청주 29명, 시흥 27명 등이 뒤를 이었다.
■ 한 계정을 외국인 67명에게 대여
이번 단속에서는 외국인 개인의 체류자격 위반을 넘어 계정 대여를 조직적으로 알선한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의 한 배달 영업점주는 지인에게 받은 배달 앱 계정을 외국인 67명에게 빌려주고 한 사람당 매월 20만~25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전의 한 영업점주는 계정 하나를 외국인 62명에게 제공하고 1인당 매월 15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부천에서는 한국인 명의의 계정을 외국인 16명에게 빌려주고 매주 7만 원씩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다른 영업점들은 배달 수수료의 10%를 대가로 받거나 한 사람당 매주 3만~4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례는 외국인이 우연히 지인의 계정을 한두 차례 이용한 수준과는 다르다. 계정을 확보한 영업점이 외국인을 모집하고 배달 업무를 지시한 뒤 일정한 대가를 받는 불법 고용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 유학생, 허가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없어
유학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영리·취업활동을 할 수 없다. 학교의 확인을 받고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시간제 취업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된 범위와 시간 안에서 일할 수 있다.
시간제 취업이 허용되더라도 모든 업종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무처와 업무, 근로시간 등이 허가 내용과 달라지면 체류자격 위반이 될 수 있다. 법무부도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을 사전 허가를 받은 아르바이트 수준의 활동으로 제한하고 있다.
배달 앱 가입이 가능하거나 영업점이 계정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합법적인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입국 당국도 대학과 협력해 단속 결과를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적발이 집중된 업종과 위반 유형을 반영한 예방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플랫폼은 계정만 제공했나
법무부는 무자격 외국인의 배달업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업체와 배달 영업점의 자체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5월 11일 배달 플랫폼 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배달 앱에 실제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안면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영업점 관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구조에서는 플랫폼이 지역별 배달 영업점에 앱 계정을 제공하고, 영업점이 라이더를 모집해 배달 업무와 수익 정산을 관리한다. 계정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더라도 플랫폼이 실제 사용자를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명의자와 운전자가 다른 상태로 배달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문형 플랫폼 노동의 경우 플랫폼을 통해 업무가 조직되고 가격과 업무수행 방식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 노동과 유사한 성격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플랫폼이 단순히 앱을 제공한 중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배정과 정산 구조에 관여하는 만큼, 실제 종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책임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