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을 내보내라는 반이민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이주민이 사는 집을 찾아가 문을 부수고 거주자를 끌어내 경찰에 넘기는 등 사실상 민간인 단속에 나섰다.
합법적인 체류자까지 표적이 되면서 이주민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이민 단체들은 지난 6월 30일을 미등록 이주민의 출국 시한으로 정하고 요하네스버그와 더반, 케이프타운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국에서 열린 집회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약탈과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시위와 단속 과정에서 체류자격 위반, 공공폭력, 강도 등의 혐의로 900명 넘게 체포됐다. 시위대는 외국인이 남아공 국민의 일자리와 주택, 의료서비스를 빼앗고 범죄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남아공의 올해 1분기 공식 실업률은 32.7%로, 전 분기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경제적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주민을 향한 분노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주민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남아공 이주민이 국내총생산의 약 9%에 기여하고 있으며,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줄이기보다 경제활동과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민들은 건설과 농업, 소매업, 운송업 등 남아공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대거 떠나면 현장 인력 부족과 배송 중단, 상점 폐쇄가 이어질 수 있다.
이주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식료품점은 지역 주민에게 생필품을 공급하고 건물주와 도매업체에도 수입을 제공한다. 반이민 운동이 오히려 지역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아공 정부는 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 군 병력 3천여 명을 배치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외국인을 범죄와 실업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일반 시민이 이주민의 신분을 확인하거나 강제로 내쫓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남아공 정부도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은 계속하되, 법 집행은 국가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아공의 반이민 정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08년과 2015년에도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로 사망자와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시위 역시 실업과 빈곤, 치안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이주민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