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 전문직 한 명을 채용하려면 10만 달러를 따로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규정이다. 미국 법원은 이 돈을 수수료가 아니라 세금으로 봤고, 대통령에게는 세금을 매길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제1순회 항소법원은 7월 24일 정부가 낸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수수료 정책을 무효로 한 6월 지방법원 판결이 효력을 유지하게 됐고, 이민국은 당분간 이 돈을 걷을 수 없다.
H-1B는 미국이 외국인 전문직을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취업비자다. 학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한 직종에 발급되며, 정보기술과 공학, 의료, 연구 분야 종사자가 주로 쓴다. 2027회계연도 쿼터는 고학력자 면제분을 포함해 8만 5000명으로, 신청이 몰리면 추첨으로 뽑는다. 한국인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현지 취업으로 넘어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10만 달러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채용하는 회사가 청원 한 건마다 낸다. 소송을 낸 주 정부들은 고숙련 외국인력에 의존하는 주립대학과 학교, 의료체계가 직접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대형 기술기업은 부담할 수 있어도 대학과 병원, 중소기업은 채용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능력이 아니라 고용주의 자금 사정으로 거르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12일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등 여러 주의 법무장관이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6월 8일 주 정부들의 손을 들었다. 리오 소로킨 판사는 헌법상 과세 권한과 행정절차법 위반, 법정 권한 세 가지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고 정책 전체를 무효로 했다.
판단의 핵심은 성격 규정이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10만 달러가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가 아니라고 봤다. 돈을 내면 들어올 수 있고 내지 못하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면 그것은 입국 규제가 아니라 세금이라는 것이다. 미국 헌법상 세금을 매길 권한은 의회에 있다.
정부는 6월 11일 항소했고 다음 날 판결 효력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소로킨 판사가 짧은 정지를 허용한 기간 이민국은 돈을 계속 받았다. 정부는 6월 18일 항소법원에 긴급 정지를 신청했으나 7월 24일 기각됐다. 이 결정은 잠정 조치에 관한 것으로 항소심 본안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국토안보부는 7월 28일 이민국 안내를 고쳤다.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지 명령이 나중에 해제되면 납부금을 징수할 계획이라는 점도 함께 알렸다. 지금 안 낸다고 영영 안 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반대 판단을 내렸다. 대통령이 이민국적법상 입국을 규율할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DC 순회항소법원으로 넘어가 있다. 간호인력 업체와 노동조합, 학계, 종교단체가 함께 낸 또 다른 소송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급심 판단이 갈리면서 연방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