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의 체류 자격 취득을 위해 1천 건이 넘는 위장결혼을 알선한 대규모 조직이 적발됐다. 일부 외국인은 한 건에 최대 1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원정출산’을 통한 시민권 취득을 겨냥한 새로운 행정명령까지 내놓으면서 미국 정부가 이민제도 악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12일 외국인의 이민 자격 취득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알선한 혐의로 1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경부터 2026년 7월까지 미국 전역에서 1천 건이 넘는 위장결혼을 조직한 혐의를 받는다. 주요 고객은 중국 국적자들이었다.
방법은 조직적이었다. 미국에서 이민 자격을 얻으려는 외국인에게 미국 시민권자를 배우자로 연결해주고 결혼식을 연출하거나 이민당국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했다. 실제 부부처럼 보이도록 공동생활을 꾸미고 이민당국의 인터뷰에 대비하는 과정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일부 외국인은 위장결혼 한 건에 최대 1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외국인이 일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영주권 등 이민 혜택을 얻을 목적으로 실제 혼인의사 없이 결혼하면 이민사기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미국에서 기소된 위장결혼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합법적인 혼인제도를 이용해 외국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미국 내 이민 자격을 얻도록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단속은 결혼을 이용한 이민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선 지난 6일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자녀에게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을 겨냥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놨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에게 원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왔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관광이나 단기체류 중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자녀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외국인이 이를 이용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사업까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새 조치는 시민권 취득을 위한 사기 행위에 부모가 관여한 경우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원정출산이 미국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2020년부터 출산을 주된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관광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그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추진했던 광범위한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가 수정헌법 제14조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시민권을 부모의 체류 자격을 이유로 폭넓게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이후 약 5주 만에 적용 대상을 좁힌 새로운 행정명령을 다시 내놨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은 지난 11일 새 행정명령 역시 대법원의 결정을 우회하려는 위헌적 조치라며 연방법원에 집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위장결혼과 원정출산을 둘러싼 두 사안은 법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이민 혜택을 목적으로 한 위장결혼은 현행법상 명백한 이민사기로 처벌 대상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직접 연결돼 있다.
미국 정부가 이민제도 악용에 대한 단속 범위를 넓혀가는 가운데 결혼을 통한 체류 자격 취득에 대해서는 대규모 형사 수사가, 출산을 통한 시민권 취득 문제를 놓고는 행정부와 법원의 공방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