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들을 고용해 온 의류공장들이 오히려 인력난에 빠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변 위협을 우려해 공장을 떠나면서 생산에 필요한 숙련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 남아공 콰줄루나탈주 뉴캐슬의 의류공장들이 최근 외국인 노동자 이탈로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캐슬은 남아공의 대표적인 의류 생산지역 가운데 하나다. 현지 공장들은 원단을 받아 재단하고 봉제해 완제품을 만드는 이른바 CMT(Cut, Make and Trim) 방식으로 현지 유통업체에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남아공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겨냥한 반이민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시작됐다. ‘March and March’라는 단체가 주도한 시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뉴캐슬을 떠났다. 일부 공장에서는 전체 노동력의 12~19%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사람 수만 줄어든 것도 아니다. 공장 관계자들은 바지 지퍼를 다는 작업처럼 경험이 필요한 일부 공정을 담당해 온 숙련 노동자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를 바로 채울 수 있는 현지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캐슬의 중국계 공장 관계자 알렉스 리우는 외국인 노동자가 사라질 경우 상당수 CMT 공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숙련된 재봉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뉴캐슬 의류산업의 규모도 작지 않다. 현지 업계에서는 이 지역 의류공장에 약 1만5천~2만 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1천만 벌의 의류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빠져나가자 일부 공장주들은 생산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문받은 물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대금을 깎이는 경우가 있어 인력 부족이 곧바로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외국인이 없어서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뉴캐슬 의류산업에서는 그동안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미등록 외국인 고용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남아공 정부가 지난 2월 뉴캐슬 의류·섬유업체를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주들이 적발됐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과 사회보험 등 노동관계 법령 위반도 확인됐다.
남아공 통상산업경쟁부도 당시 뉴캐슬 의류공장의 법규 위반 의혹에 우려를 나타내며 지속 가능한 제조업 성장이 불법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사업장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노동계에서는 숙련인력 부족이라는 공장주들의 주장에도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현지인을 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노동자들은 생산한 의류 수량에 따라 임금을 받으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지급하는 낮은 납품단가 역시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도 남아공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외국인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고,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과 시위도 발생해 왔다.
그러나 이번 뉴캐슬 사태는 외국인 노동자를 갑자기 노동시장에서 배제할 경우 산업현장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 온 생산구조를 바꾸려면 현지 노동자에 대한 기술교육과 임금·근로조건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단기간에 숙련인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공 의류산업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취업 문제와 자국민 일자리 보호, 불법고용 단속, 제조업 경쟁력이라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