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령 세우타에 7만2천 명이 넘는 이주민이 한꺼번에 넘어오면서 유럽이 다시 대규모 이주 문제에 직면했다. 세우타 인구는 약 8만 명이다. 대부분은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수천 명이 남으면서 망명 심사와 미성년자 보호 등을 둘러싼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월경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사이에 집중됐다. 모로코에서 육로와 바다를 통해 사람들이 세우타로 몰렸다. 하루 기준으로는 EU 역사상 가장 많은 비정규 입국으로 기록됐다.
세우타는 스페인이 북아프리카에 보유한 자치도시로 모로코와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다. 유럽연합(EU) 영토가 아프리카 대륙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여서 유럽으로 향하려는 이주민들의 주요 이동 경로로 꼽힌다.
이번 사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경이 개방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경으로 향하는 방법과 해안경비대의 움직임 등을 담은 게시물까지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이 세우타로 향했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주민들은 국경을 넘거나 타라할과 벤수 방파제 주변을 헤엄쳐 세우타에 들어가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익사와 압사 등으로 1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 직후 18명이던 사망자는 시간이 지나며 계속 늘었다.
스페인 정부는 세우타에 군을 투입해 치안을 보강하고 모로코와 협력해 이주민들을 돌려보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번 사태를 스페인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잔류 인원을 놓고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집계가 엇갈린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내무장관은 약 5천 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1만 명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현지에서는 5천~8천 명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사태는 EU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31일 스페인과의 솅겐 자유이동 체제를 한시 정지한다고 발표하고 8월 1일부터 시행했다. 두 나라는 육상 국경이 없어 조치는 항공과 해상 노선에 적용됐으며, 스페인도 8일부터 이탈리아발 여행객에 대한 검문을 시작해 다음 달 7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는 솅겐 체제가 위협받은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세우타에서 유럽 본토로 이동하려면 별도의 국경검문을 한 번 더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그누스 브루너 EU 집행위원도 이번 사태로 EU 본토로 넘어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확인했다.
대부분이 돌아간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시라 레고 스페인 청소년아동부 장관은 세우타에 남은 이주민 가운데 최소 1342명이 아동이라고 밝혔다. 세우타 당국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1100명 이상으로 집계했으나 수용 가능한 시설은 90명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학교 두 곳을 임시 보호시설로 열고 2500만 유로를 편성했다.
세우타에 남은 이주민 가운데 일부는 스페인에 망명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에는 이주민 수백 명이 엘 트람폴린 해변에서 시위를 열고 모로코로 송환하지 말고 망명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란데마를라스카 장관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없으며 극도로 취약한 사례만 예외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