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경찰이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뒤 실종자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담당 경찰관 개인의 허위 처리뿐 아니라 재신고 이후 수사와 지휘·감독 과정까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경찰청이 감찰에 나섰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장모(37)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장 씨의 연인은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43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를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알린 뒤 오후 9시16분께 사건을 종결했다.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도 장 씨 관련 자료가 삭제됐다.
하지만 통신기록에서는 A 경장과 장 씨 사이의 통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A 경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장 씨와 또 다른 60대 실종자 모두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장 씨의 연인은 7월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기록 때문에 접수되지 않았고, 19일 가족이 서울에서 재신고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이후에도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 최초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데 3주 이상을 보내면서 대응 지연 논란이 이어졌다.
장 씨는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 경장이 처리한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 정황이 확인됐다. 이 남성 역시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25일 구속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처리·종결한 실종신고 298건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책임 범위도 지휘라인으로 확대됐다. 경찰청은 최초 사건 접수 당시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4명을 대기발령하고 사건 처리와 지휘·감독 과정 전반을 감찰하고 있다.
제주도도 실종사건 대응체계 개선에 나섰다. 경찰·소방·해경·자치경찰 등이 참여하는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를 구성하고 통합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사건은 한 경찰관의 허위 사건 종결을 넘어 실종신고 접수부터 재신고, 수색, 지휘·감독까지 이어지는 공공 안전망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 향후 수사와 감찰에서는 허위 종결의 정확한 경위와 함께 이 같은 처리가 장기간 걸러지지 않은 원인까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