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만난 한정현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지금 일본 회사에 다닌다. 일본어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원하던 대로 취업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회사에 붙은 뒤가 더 그랬다.
같은 자리에서 만난 김유진씨는 일본에 자리를 잡은 지 10년이 넘었다. 유학을 마치고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10년 차이를 두고 일본에 들어온 두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 회사에 붙어도 남는 절차
일본에서 유학하던 사람이 취업하려면 체류 자격을 바꿔야 한다. 공부하러 왔다는 자격에서 일하러 왔다는 자격으로 넘어가는 절차다. 회사에 붙었다고 자동으로 되지 않는다.
그 전에 취업 문턱부터 높다. 취업정보회사 캐리타스가 올해 7월 조사한 결과 졸업을 앞둔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내정률은 49.0%였다. 같은 시기 일본인 학생은 85.5%였다.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를 보면 이 신청은 2019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4만1142건 가운데 1376건이 불허돼 그 비율이 3%대로 내려갔다. 허가 여부를 가르는 주된 기준은 하게 될 일이 전공과 맞는지다. 일본은 사무직이나 기술직으로 일하는 자격과, 접객이나 매장 일, 공장 현장 일까지 할 수 있는 자격을 나눠 놓았다. 앞의 자격으로 들어가 현장 일을 주로 하면 나중에 연장이 안 될 수 있다.
뒤의 자격은 2019년에 만들었다. 조건이 붙는다. 일본 대학이나 인정받은 전문학교를 나와야 하고 일본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 등급은 응시자 열 명 중 세 명쯤 합격한다. 일상 회화가 가능한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이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서사들은 기업이 뽑고 싶어 하는 사람과 제도가 정해둔 기준이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회사는 현장에서 가르쳐 쓸 사람을 원하는데, 제도는 대학을 나오고 일본어 최고 등급을 받은 사람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정보를 얻은 곳으로 유학생 커뮤니티를 꼽았다. 거기서 얻은 것은 정보까지였다고 했다. 알아보고 확인하는 일은 본인이 다 해야 했다.
김씨도 같은 말을 했다. 10년 전에 겪은 일이다. 그 사이 일본에 사는 외국인은 늘었고 제도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유학생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한국어 온라인 카페에도 비슷한 글이 남아 있다. 일본 유학 뒤 취업이 정해진 한 회원이 비자 변경을 물으면서, 회사도 외국인을 뽑아본 적이 없어 본인이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답글에는 회사가 어느 분류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라거나 신청이 언제 열린다는 내용이 달렸다.
마지막 답글은 이랬다. 비자는 사람마다 경우가 달라 남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갈 수 없으니, 본인이 직접 출입국 창구에 가서 자기 상황을 이야기하고 맞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조사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온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가 2024년 10월 공표한 사비 외국인 유학생 생활실태조사에서 일본 취업을 희망한 4278명 가운데 57.2%가 체류 자격 변경 절차를 간소하게 하고 기간을 줄여 달라고 답했다. 유학생을 위한 취업 정보를 늘려 달라는 응답도 51.2%였다.
회사 쪽 사정도 비슷하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지난해 8월 기업 6459곳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지 않는 기업이 78.2%였다. 외국인 채용이 처음인 회사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1편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은 채용 플랫폼 이용이 낯설어 브로커를 거치거나 선배가 있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2편의 노동자들은 인터넷 카페와 밴드에서 정보를 주고받았고 그 안에 틀린 내용이 섞여 있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정보는 아는 사람과 온라인 모임을 타고 돌았다.
■ 1년 만에 바뀐 여론, 강화된 요건
한씨는 일본이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요미우리신문과 와세다대학이 함께 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노동력으로 외국인을 적극 받아들이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59%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46%였다.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가 분기점이었다. 외국인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됐고, 일본인을 우선하자는 구호를 내건 정당은 직전 참의원 선거에서 1석을 얻었으나 이번에는 14석을 얻었다.
오타 나오후미 류코쿠대 교수는 자치체문제연구소에 낸 칼럼에서 NHK의 소셜미디어 분석을 인용해 선거 중반부터 종반까지 외국인 관련 게시물이 크게 늘었다고 짚었다. 당시 퍼진 주장 가운데 상당수는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했다.
올해 들어 제도가 잇따라 바뀌었다. 4월부터 일본 국적 취득 심사에서 요구하는 체류 기간이 5년 이상에서 원칙 10년 이상으로 늘었다. 10월부터 영주 허가 신청 수수료가 20만 엔이 된다. 지금의 20배다. 내년 4월부터는 영주권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영주 허가 기준도 다시 짜고 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이 8월 내놓은 개정안에는 소득 요건을 가구원 수에 맞춘 일본인 가구 평균 수입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은 혼자 사는 경우 연 300만 엔 안팎이 실무 기준으로 통한다. 개정안은 구체적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연금을 얼마나 받게 될지도 새로 보고 일본어 능력과 제도 이해도까지 평가 대상에 넣었다.
도쿄신문은 이 개정안을 두고 일본에 정착하려던 외국적 주민들 사이에서 안심하고 살 수 없게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만난 도쿄의 대학원생인 베트남 출신 20대 남성은 이대로라면 일본에서 일할 의욕이 없어진다며 귀국하거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통신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본이 외국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이 공개된 8월 4일 법무대신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질문이 나왔다. 법무대신은 질서 있는 공생 사회를 위해 필요한 시책이라고 답했다.
제도를 운영하는 명분도 여러 차례 달라졌다. 1993년 시작한 기능실습제도는 개발도상국에 기능을 전해준다는 국제공헌을 명분으로 삼았다. 실제로는 일손을 메우는 통로로 쓰였다. 2019년에야 인력이 부족해서 받는다고 제도에 적었다. 내년 4월부터는 기능실습을 없애고 인재를 키워 확보한다는 새 제도로 넘어간다.
■ 두 사람은 계속 있을 생각이다
일본은 유학생이 취업으로 넘어가는 절차 자체를 다시 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유학생 아르바이트 허가와 근무 시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1월 관계 각료회의가 정한 종합대책에는 사무직·기술직 자격의 심사 운용을 고치는 내용도 들어갔다.
한씨와 김씨는 절차를 모두 통과해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은 것은 절차를 확인할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다 일본에 계속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여론이 바뀌고 요건이 강화되는 것과 별개로 생활의 근거지는 여기라고 했다.
한국은 법무부 집계로 유학생 32만 명을 넘겼다. 졸업한 뒤 남으려는 사람이 절차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 강성혁, 김관섭, 소해련 기자 sdjeb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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