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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한국 유학 뒤 취업, 전공보다 연봉 기준이 먼저였다

- 베트남 유학생...임금 요건 연 3112만 원 앞에서 전공 살리기 어려워
- 유학생 30만 명 넘었지만 비자 개편안은 아직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프엉(가명)씨는 한국에 관심이 있어 유학을 택했다. 오기 전 비자에 필요한 통장 잔고부터 맞췄고, 온 뒤에도 그 잔고를 계속 유지해야 해 부담이 된다고 했다. 학위과정 유학비자를 받으려면 수도권 대학은 2000만 원, 지방 대학은 1600만 원 이상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26달러로, 2000만 원은 그 세 배 가까운 돈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는 임금 기준에 부딪혔다. 전문인력 비자를 받으려면 정해진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데, 배우고 싶어 고른 학과를 살릴 수 있는 일자리에서는 그 금액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정한 올해 전문인력(E-7-1) 비자의 임금 요건은 연 3112만 원이다.

 

프엉씨 같은 유학생은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가 8월 26일 발표한 교육기본통계에서 유학생은 30만7464명이었다. 2027년까지 30만 명을 모으겠다던 목표를 1년 앞당겨 넘었다. 법무부 집계로 7월 말 국내 체류외국인은 290만3463명, 전체 인구의 5.7%로 역대 가장 많다.

 

■ 남는 길은 넓어졌지만

 

남는 길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이투데이가 보도한 법무부 자료를 보면 구직(D-10) 비자에서 전문인력(E-7) 비자로 바꾼 허가 건수는 2021년 1528건에서 지난해 3090건으로 늘었다. 유학(D-2) 비자에서 곧바로 E-7로 옮긴 경우는 499건에서 599건이 됐다.

 

다만 전체로 보면 남는 쪽이 아직 적다. 2024년 유학생 졸업자 3만6271명 가운데 42.9%는 국내 체류를 마쳤다. 체류가 끝난 사람을 뺀 취업 대상자 기준 취업률은 33.4%였다. 법무부가 9월 공개한 분석에서는 2019~2025년 졸업한 유학생 가운데 박사 학위 취득자의 81.3%가 졸업 뒤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과정이 어렵다는 지적은 전문가와 연구에서도 나온다. 김지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이투데이에 유학생이 졸업 전부터 어떤 회사에 가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다고 짚었다. 김규찬 강릉원주대 교수가 2024년 졸업 유학생 12명을 면접한 연구에서는 전문인력 비자의 소득 요건이 한국 학생도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다. 구직비자를 유지하려면 통장에 500만 원 넘게 넣어둬야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국내 대학 졸업생은 500만 원 체재비 입증을 면제하고, 체류 기간도 1년씩 부여하며, 시간제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쪽 문턱도 거론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유학생 805명을 조사한 결과 86.5%가 국내 취업을 원했지만 66.7%는 전문인력 비자를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이 비자로 채용하는 기업이 적다는 것이었다.

 

재학 중 하는 일도 전공과 거리가 멀다. 산업연구원이 경상권 4년제 대학 두 곳의 유학생 76명을 조사한 결과 하는 일이 전공과 무관하다는 응답이 61.5%였다.

 

프엉씨는 주변에서 임금 기준을 맞추려다 전공과 상관없이 공장으로 가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브로커에게 비용을 내고 취업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본인 일이 아니어서 액수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프엉씨가 아는 한 사람은 돌아간 뒤 주변에 한국 유학을 말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합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불법 취업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는 다른 유학생에게서도 나왔다. 코리아타임스가 8월 24일 보도한 기사에서 러시아 출신 유학생이 같은 점을 짚었다. 반대로 유학이 일자리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일보는 9월 20일 수업을 주 1~2일로 몰아 짜주는 대학과, 공부보다 일하러 오는 유학생이 많다는 한 유학생의 말을 전했다.

 

■ 상담 창구와 지원센터

 

체류 문제를 묻는 대표 창구는 법무부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다. 20개 언어로 평일 오후 10시까지 상담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한국어·영어·중국어만 된다. 2022년 상담은 약 269만 콜이었다.

 

노동 쪽 현장 지원은 한 차례 크게 줄었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1월 거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9곳과 소지역센터 35곳의 운영을 멈췄다. 연 71억 원 규모였던 예산은 지자체 공모 사업으로 바뀌었다. 폐쇄가 통보된 2023년 9월 당시 센터 상담의 34.1%는 일요일에 이뤄졌다.

 

올해 센터는 일부 지역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노동부는 2월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해 지원센터를 운영할 지자체를 새로 골랐다. 전남은 여수·영암 2곳이 선정돼 국비 2억5000만 원에 지방비 10억 원을 들인다.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에는 예상보다 많은 유학생이 찾아온다. 손녕희 센터장은 베트남 국적 유학생의 방문이 특히 많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졸업 전후의 취업과 체류자격,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주된 이유다. 센터가 있다는 것은 대개 SNS와 지인, 자국민 커뮤니티를 통해 듣고 온다.

 

손 센터장은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졸업 이후 취업과 체류 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공적 창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비자로 일자리를 찾던 한 유학생은 전공과 연계된 취업처를 찾지 못해 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여러 기관에 문의한 끝에 고용센터로 연결했다. 손 센터장은 "문제는 고용센터는 E9만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주민을 지원하는 기관조차도 어떤 기관에 문의해야 하는지 찾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기관을 만드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며, 고용센터 등 지금 있는 공공서비스의 대상을 유학생과 졸업 외국인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옥녀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에 교육은 교육부, 체류는 법무부, 노동시장은 고용노동부, 정착은 지자체가 나눠 맡는 구조여서 어느 한 단계만 어긋나도 불법체류나 추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프엉씨는 남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방향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3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에서 별도 이민청 대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키우고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비자·체류 관련 사이트를 하나로 묶는 통합 플랫폼도 계획에 담았다.

 

유학생 정책은 두 부처가 각각 대책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4월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 협의회를 꾸려 입학부터 정주까지 이어지는 비자 체계를 논의해 왔다. 최종안은 당초 8월에서 9월로 미뤄졌고, 9월 중 열겠다던 최종보고회는 9월 22일 현재 개최 발표가 없다. 용창식 법무부 체류관리과 사무관은 8월 26일 한 포럼에서 유학생 시간제 취업 관련 규제를 상당 부분 풀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9월 8일 「외국인 유학생 인재양성 혁신전략」을 내고 모국어 24시간 AI 챗봇 상담, 취업 가이드북, 맞춤 채용공고 서비스를 도입하고 2027년부터 해외인재 우수학과 인증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이투데이에 졸업 뒤 취업과 정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비자 제도를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내년에 끝난다. 국정감사는 10월 6일 시작한다.

 

앞서 취재한 일본은 귀화·영주 요건을, 영국은 취업 자격 임금 기준과 졸업생 비자 기간을 조이는 쪽으로 움직였다. 한국리서치가 2024년 7월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는 이민정책 확대에 찬성 46%, 반대 44%로 의견이 갈렸다.

 

남고 싶어 하는 유학생은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분석에서 졸업 뒤 한국에 남기를 바라는 유학생은 2017년 41.2%에서 2023년 63%가 됐다.

 

 

* 강성혁, 소해련 기자 sdjebo@naver.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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