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세금을 법과 원칙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제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기 때문에 그 사용 과정 또한 국민에게 보고될 의무가 있다. 감사는 바로 그 책임을 실현하는 절차이며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 전반을 점검하는 제도다.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매년 정기회가 열리기 전 기간에 상임위원회별로 실시되며 감사 기간은 30일 이내로 정할 수 있다. 각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정책 수행, 법 집행 과정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 공무원이나 기관장을 출석시켜 질의한다. 국정감사는 단순히 행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합리성과 재정의 효율성을 검증해 국가 운영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절차로 기능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해서는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지방자치법 제49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전반을 감사할 수 있으며 시·도의회는 14일 이내, 시·군 및 자치구의회는 9일 이내의 기간에서 감사를 진행한다. 이 감사는 주로 정례회 기간 중 이루어지며 지역 예산의 집행과 행정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행정사무감사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계획대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행정의 비효율이나 위법 행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는 주체와 대상은 다르지만 근본 목적은 같다. 모두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과 주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국정감사는 국가 행정의 책임을 묻고 행정사무감사는 지역 행정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점검함으로써 전체 행정 체계의 신뢰를 유지한다.
우리나라의 감사제도는 정부 수립 초기부터 존재했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 이미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규정되었으며 1949년 첫 국정감사가 시행됐다.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으나 1988년 민주화 이후 정기적인 제도로 정착됐다. 지방의회의 감사권은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다시 제도적으로 확립되었고 현재는 모든 기초·광역의회가 매년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감사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작동한다. 영국은 19세기 중반부터 의회 산하 ‘공공계정위원회(Public Accounts Committee)’를 통해 정부 재정을 감시해왔고 미국은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을 통해 행정부의 예산과 정책 효과를 분석한다. 독일은 연방회계검사원이 정부의 회계를 독립적으로 점검하고, 일본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행정의 합법성과 경제성을 심사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모두 권력이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동일한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감사제도의 목적은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정을 바르게 세우는 데 있다.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정책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감사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