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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분 미중경제] 미중시대; 월스트리트는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정부나 기업은 중국 리더들을 깊이 알지 못해요. 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베이징과의 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합니다.’(존 손턴)

 

이처럼 일찍이 한국의 중국 전략에 아쉬움을 토로한 존 손턴(John thornton)은 현재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중국통이다. 그는 지금 중국 정부와 월스트리트의 가교인 ‘미중 금융 라운드테이블’의 공동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골드먼삭스 2인자(COO),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중국 칭화대학 교수(2003)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6주간 베이징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그리고 한정(韓正) 부총리와 벽에 부딪힌 미중관계를 협의했다. 중국정부는 그를 특별하게 맞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 고위층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초청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올해 기후특사로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존 케리(전 국무장관)도, 상하이와 톈진으로 갔었다.


손턴이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양국 간에 굵직한 일 두 가지가 성사되었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통화, 그리고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의 석방이 그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렬한 미중갈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현재, 미중관계는‘혼란’ 그 자체다. 바이든은 시진핑을‘폭력배(thug)’라고 능멸하면서,‘럭비공 트럼프’와 맞먹는 거친 입을 과시했다. 군사적 긴장 조성도 트럼프를 능가한다. 긴장 상태를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 그리고 한국 동해까지 넓히려 한다. 영국이 나섰다. 미국 전투기를 탑재한 영국 항공모함이 우리 동해에 와서 한국군과 공동 군사훈련을 수행한 것이다(지난 9월).

 

화웨이는 미국이 기술 견제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중국 대표 기업이다. 손턴은 이런 시기에 베이징 대화를 끌어낸 것이다. 홍콩 언론(SCMP)은 이번 손턴의 성과를 50년 전 미중화해의 막후 채널로 이름을 날린 헨리 키신저 같다고 높게 평했다. 그는 인권 문제가 불거진 신장(新疆) 지역도 1주일간 여행했다.

 

다시 손턴의 한국 얘기를 들어보자.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한국이 중국과 긴밀해질수록 미국과 관계도 좋아집니다. 일본은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그 틈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붙들고 있는 상식의 굴레를 벗어나는 얘기다. 중국 접근 시각과 상황 인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찍이‘4대국 보장 중립국’을 주장하고,‘6.15 남북공동선언’을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처럼 열강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는 없어요. 그러면서도 세계의 움직임에 대해서 이처럼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현상은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추가해야 할 일입니다.’(졸저‘미중 패권전쟁은 없다’321쪽 참조)

 

우리가 유념할 것은, 바로 이런 에너지로 무장된 인물들이 월스트리트의 중국 투자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중 양국의 상호 투자는 3조 3천억 달러가 넘는데(2020.12 현재), 세계 금융 기관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외국인들이 중국 시장에 최대 1조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반면에, 바이든은 취임 이래 지난 8개월 동안 전력을 다해 ‘중국 할퀴기’에 몰두해왔다. 그러나 아프간 철수도, 호주 핵잠수함 제공도, 그리고 백악관의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내부자료 요구도, 어느 것 하나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 균열 조짐 등 국내 문제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이처럼 백악관(정치 권력)과 월스트리트(자본 시장)의 엇갈리는 상황은 그대로 미중 양국의 희한한 ‘이중구조’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우리가 유의할 것은, 그 ‘이중구조’의 내면에서 이들 백악관과 월스트리트는 늘 치열하면서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존 손턴의 중국 방문도 백악관과 몇 차례 승강이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백악관이 미 제국의 사령탑이라면, 월스트리트의 위상은 곧 미국 자본주의의 위상이다. 권력과 시장! 그들의 힘겨루기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이제 이런 ‘이중구조’의 첫 출발을 살펴보자. 거기에 오늘날 미중관계의 큰 윤곽이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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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