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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미일 공조',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드라마 '도깨비'에서 왕을 업어 키운 박중헌은 말한다. '천하를 왕의 발 아래.... 그 왕을 내 발 아래...'

 

[바이든,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

늘 근엄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바이든도 기쁨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 지난 8월, 미 대통령 바이든은 모처럼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를 연발하며, 만족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한 자리에 서였다. 중국에 각을 세우는 미국의 전략에 한미일 3국 정상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면서 흡족함을 표시한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이 행복해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3국 공조’를 위해서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이래 1년여의 기간을 공들여왔다. 이제 막 출범시킨 이 ‘3국 공조’가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시일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 중국 견제에 몰두하는 바이든 입장에서는 ‘안보와 경제’로 3국을 엮은 이 ‘공조’ 약속이 내년 대선에도 요긴한 카드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바이든은 그동안 이 ‘3국 공조’를 3단계로 나누어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왔다. 첫 단계는 지난해 5월, 한국의 반도체 현장 방문이었고, 그 다음은 올 3월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이었으며, 마지막 단계는 미 대통령 별장에서 ‘최고로 행복한 바이든’ 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입장은 바이든과는 다르다. 이런 ‘한미일 공조’는 새롭고 예민한 실험일 수밖에 없다. 미중 양대 시장을 모두 활용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어떤 부정적 영향을 받을지 불안한데다, 이 ‘공조’에는 껄끄러운 ‘한일 관계’가 불쑥 들어가 있다. ‘한일 관계’는 글로벌한 미중경쟁보다 훨씬 더 역사적으로 직접적인 중요 사안인 것이다.

먼저, 첫 단계를 보자.

 

[미 권력서열 1-2-3위, 왜 그들은 줄지어 한국을 찾았는가?]

반도체로 미중경쟁의 불이 옮겨 붙자, 바이든 정부는 의회와 함께 ‘반도체 지원 관련법’의 정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지도부가 곧바로 반도체(메모리)의 나라 한국으로 달려왔다. 왜 한국일까? 한국은 중국에 반도체 수출 1위국이며, 중국은 1위 수입국이다. 절묘한 보완 시장이다. 이런 구조가 미국을 불편하게 했음은 진작부터 알려진 바다.

 

그들의 방한은 지난해 5월부터 9월 사이에 소나기처럼 집중되었다. 이 시기에 방한한 인물은 미국의 권력서열 1-2-3위, 그리고 5위였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각기 반도체에 관하여 한국이 챙겨야 할 ‘시련과 기회’가 들어있었다.

 

가장 먼저 대통령 바이든(5월)이 도착했다. 이어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7월 ),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8월),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9월)이 차례로 왔다. 그들은 발을 맞춘 듯이, 한국에 도착 즉시 곧바로 우리의 첨단기술 기업들로 직행했다.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바이든도 삼성 반도체 평택 공장으로 직행했다(2022.5).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그에게는 ‘계획이 다 있었다!’ 그 계획에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 이전, 한중 반도체 투자-생산 협력 시스템의 규제, 그리고 한일관계의 재조정이 주요 항목으로 들어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작업들이었다.

 

거대한 보조금 카드를 들고 온 바이든의 친절하고 강력한 투자 권유에 대해 우리 첨단 기업들은 1 천억 달러가 넘는 미국 투자로 화답했다. 이 무렵 미국의 기술 투자 유치의 3분지 1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 이는 한편, 중국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장비 반입 규제 등 ‘관리’도 시작되었다. ‘관리’에 필요한 족쇄를 채우는 작업이었다.

 

[중국, 시진핑 방한카드로 맞불]

이렇게 미국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이를 지켜보던 중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 우리 중국의 시장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 국가다. 무엇보다도 최대 반도체 교역국이다.’ 시진핑 정부는 권력서열 3위 전인대 리잔수 상무위원장을 66명의 대규모 방문단과 함께 한국으로 보냈다 (2023.9). 긴밀한 보완구조를 지닌 한중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협의했다. 한국에서의 미중경쟁이, 이번에는 양국 권력 상층부의 ‘방한 이벤트’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이 중국시장을 필요로 하듯이 중국 역시 한국시장이 요긴함을 보여준다. 최근 한중 양국 정부가 한중일 회담을 저울질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한광수

 

현재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하고 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밴더빌트 대학 박사과정 수학,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중국 경제 연구를 시작하여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외무부 파견,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방문학자, 베이징대학교 베이징시장경제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SK, 한솔제지, 현대건설 등의 현지 고문으로 일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2003~2010), 중국 프로그램 자문(1998~2007), KBS 객원해설위원, 동북아경제학회와 현대중국학회 고문, 비교경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중화경제권시대와 우리의 대응>, <중국의 잠재력과 우리의 대응>, <현대 중국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중요 논문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중 교역협력구조의 변화>, <미중경제협력의 불안정성과 한국경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의 특성>, <최근 미중 통상관계의 특성>, <중국 정치체제 및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