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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발리, 관광객에게 비용과 조건을 묻기 시작한 이유

관광객 유치 경쟁이 ‘더 많이 받는 것’에서 ‘어떻게 받을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발리가 최근 관광객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거나 체류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질하고 있는 배경이다. 겉으로는 과잉관광 대응과 환경·문화 보호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2019년부터 국제선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 출국하는 사람에게 1인당 1,000엔의 국제관광여객세, 이른바 출국세를 부과해 왔다. 이 세금은 항공권 요금에 포함돼 징수되며, 국적과 관계없이 일본을 떠나는 여행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분산 관광 정책 등에 활용해 왔다.

 

최근 일본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이 출국세를 3,000엔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상 시점으로는 2026년 여름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출국세 인상 논의를 공식화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방일 관광객으로 인한 혼잡, 환경 부담, 지방 재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광을 더 유치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여행자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책 논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발리는 일본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광객 관리에 나섰다. 발리 주정부는 2024년부터 발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5만 루피아의 관광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부담금은 발리 여행 기간 동안 1회 납부하는 방식이며, 주정부가 운영하는 공식 플랫폼이나 공항, 항만, 지정된 관광 거점 등을 통해 납부할 수 있다. 발리 주정부는 해당 부담금의 목적을 발리 고유의 문화와 자연환경 보호, 관광 질서 확립에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제도는 발리 주정부 조례에 근거해 시행 중이며, 현재로서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출국세와 구조적으로 구분된다.

 

발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광객의 ‘조건’ 자체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리 주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근 3개월간의 은행 계좌 잔액 등 재정 능력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논의·검토 중이다.

 

이는 체류 기간 동안 기본적인 생활 능력이 있는 관광객만을 유치해 무질서한 체류, 불법 체류, 비자 남용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조치는 아직 법령으로 확정되거나 시행된 상태는 아니며, 구체적인 최소 잔액 기준이나 제출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출입국 관리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법적·행정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과 발리의 사례는 관광 정책이 더 이상 단순한 지역 경제 활성화 수단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관광객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와 지방정부는 관광을 ‘환영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이동’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금과 부담금, 체류 조건 같은 제도적 장치가 등장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과잉관광을 특정 지역의 삶의 질과 방문 경험을 동시에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관광객 수 조절과 재원 확보, 규제 수단을 결합한 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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