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를 통해 하버드대의 학생·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전격 취소하면서, 졸업을 앞둔 한인 유학생들이 큰 불안에 휩싸였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폭력 이력 자료 제출 요구에 불충분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SEVP 인증을 박탈했다. 이 조치로 하버드대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에게 I-20 서류를 발급할 수 없으며, 신규 등록은 물론 기존 재학생의 체류 자격 유지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버드대는 2024~2025학년도 학사 일정을 대부분 마친 상태로 다음 주 열릴 졸업식을 준비 중이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캠퍼스 기숙사에는 졸업 예정자를 중심으로 소수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학부 기준 한인 유학생은 약 40명이며 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하버드대 전체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달한다.
이번 SEVP 인증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졸업 예정자들은 현지 취업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비자 자격을 잃을 경우 H-1B 등 전문직 비자 전환 시점까지 체류가 어려워지고, 예정된 취업 시작일에 맞춰 입국 절차를 밟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하버드대와 미 이민 당국 간 긴급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졸업 예정자 상당수가 체류 신분을 상실할 수 있다”며 “추가 조치가 없는 한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으로도 이번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외국인 학생의 학업권과 체류 안정이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하버드대 SEVP(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는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내 프로그램으로 F-1(학업), M-1(직업훈련), J-1(교환방문자) 신분의 외국인 학생과 교환 방문자를 SEVIS(Student and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를 통해 관리한다. 대학이 SEVP 인증을 받으려면 I-17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인증을 획득해야만 I-20 또는 DS-2019를 발급해 학생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2023년 기준으로는 7,417개의 기관이 SEVP 인증을 받아 국제학생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전년(7,683개) 대비 266개 감소한 수치다. 같은 해 F-1 및 M-1 신분의 활성 SEVIS 기록은 총 1,503,649건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의 학교(64%)가 연간 1~50명의 국제학생을 수용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순으로 학생 수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