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동거, 가족, 영주권 등 F 계열 비자는 외국인의 ‘삶의 자격’을 결정하는 제도적 기준이며, 그 안엔 권리, 제약, 그리고 시민됨의 경계가 녹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 장기적으로 머무르며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턱 중 하나는 ‘F 계열 비자’다. 결혼, 동거, 가족, 영주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이 비자들이 공통으로 묻는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이곳에 함께 살아도 되는 사람인가?”
F 계열 비자는 현재 총 5종으로 운영된다. 결혼이민자에게 주어지는 F-6, 영주 체류를 허용하는 F-5, 가족 동반용인 F-3, 일정 조건을 충족한 장기 거주자에게 발급되는 F-2, 방문 동거 목적의 F-1 비자 등이 그것이다. 다른 비자들과 달리 이들은 단순히 머무는 목적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조건을 법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체류자격이다.
2024년 말 기준, 결혼이민자(F-6)는 181,436명, 영주권자(F-5)는 202,968명, F-2 비자 보유자는 약 16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전체 체류 외국인 265만여 명 중 약 22%가 F 계열 비자 소지자로, 단순 취업이나 유학이 아닌 ‘정주’를 목적으로 한 외국인 집단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자 간 전환을 거쳐 장기 체류 자격을 얻는다. 예컨대 F-6 → F-2 → F-5로 이어지는 이행 경로는 결혼이민자가 영주권에 도달하는 대표적 구조다. 또한 D-10(구직)이나 D-2(유학) 체류자 중 일부도 일정 요건 충족 시 F-2로 전환할 수 있어, 이 비자는 중간 정착 지점이자 '시민됨'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여전히 다양한 조건과 제약 속에 운용되고 있다. F-6 비자는 한국인 배우자와의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한 체류가 가능하지만, 이혼이나 사망 등의 사유로 혼인이 종료될 경우 체류 연장은 제한된다. 법령상 예외 조항이 마련돼 있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거나 가정폭력 피해자인 경우, ‘혼인단절 체류자격(F-6-2, F-6-3)’으로 전환할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제25조의2). 그러나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혼 관계, 자녀 비양육 상태, 단순 이혼의 경우에는 연장 허가가 불투명하거나 6개월 단위의 임시 체류만 허용되는 사례가 많다.
F-2 비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장기 체류 자격으로, 결혼이민자, 유학생, 구직비자 소지자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 전환할 수 있다. 특히 F-2-7(우수인재형)은 점수제로 운영되며, 고학력·고소득·한국어 능력 등이 주요 요건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외국인만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F-5 영주권은 가장 안정적인 체류자격으로 평가되며, 거주지 제한이나 체류 기간 연장 의무가 사라진다. 그러나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체류 경력, 일정 소득 수준,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등 복합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부는 결혼이민자 또는 고액 투자자, 전문직 종사자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됐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 비자 구조는 ‘법이 인정하는 가족’만 체류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혼 관계, 비혼 동거 커플, 성소수자 부부는 대부분 체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며, F-1(방문동거)는 일부 제한적 사유에만 허용되고 취업이 불가능하다. F-3(가족동반) 비자 역시 독립된 체류 자격이 아니라 주비자 소지자에 종속되는 체류권으로 제한적이다.
대한민국은 외국인의 체류를 단순히 ‘머무는 권리’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그 관계가 법이 정한 형태의 가족인지에 따라 체류의 안정성과 권리의 범위가 결정된다. 이처럼 F 계열 비자는 외국인의 삶과 가족을 제도적 기준 아래 선별하는 삶의 자격 심사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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