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계열 비자는 유학과 연수 목적의 체류를 허용하지만, 졸업 후 체류 전환에는 제한이 따른다.

한국에 남고 싶었던 한 유학생의 이야기
한국어 수업을 받던 베트남인 유학생 타잉 씨(27)는 지난 6월,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국내 IT 기업에 취업을 희망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자리는 있었지만, 연봉이 비자 기준엔 부족했어요. 결국 포기했죠.”
한국에는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들어온다. 2025년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유학생 수는 20만 명을 넘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머무르기를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그들에게 한국의 문은 늘 활짝 열려있는 건 아니다.
졸업하면 끝…비자도 끝
한국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이 받는 비자는 D-2 (정규 유학), 또는 D-4 (어학연수) 비자다. 하지만 이 비자들은 ‘공부’가 끝나는 순간, 같이 종료된다.
졸업 후, 이어서 구직을 원할 경우 D-10(구직활동 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이 비자 역시 최대 1년 동안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그 안에 정식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대부분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취업에 성공한다고 곧바로 체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E-7(취업) 비자로의 전환을 위해선 연봉 수준은 물론, 전공과 직무 연계성, 고용 기업의 규모까지 따진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2024년 기준, D-2 비자 유학생 중 E-7으로 전환에 성공한 비율은 고작 0.38%. 사실상 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좁은 문’이다.
어학연수 비자? 들어오긴 쉽지만, 머물긴 어렵다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받는 D-4 비자는 입국 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인기 있지만, 이용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일부 외국인들은 제대로 된 학업을 목적으로 오지만, 또 누군가는 한국 취업의 ‘우회로’로 이 비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무단 이탈, 허위 등록, 불법 근로는 정부의 단속 강화로 이어졌다. 2024년 이후, 출입국 당국은 어학기관 실태 점검과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했고, 브로커 개입도 집중 조사 대상이 됐다.
"남고 싶지만, 남을 수가 없다"
“대학을 다니고, 언어를 배우고, 문화도 잘 아는 외국인 청년들이 정작 졸업하면 떠나야 하는 현실. 낭비 같지 않나요?” 이 말은 한 국내 대학교 국제처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매 학기 수많은 유학생들과 작별하면서, 여전히 같은 질문을 스스로 묻는다고 했다.
정부는 분명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장학금 확대, 절차 간소화,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한국에 남아야 할 합리적 이유와 경로’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석사·박사 등 고급 인력이 아니라면, 정착이나 비자 전환은 여전히 대상이 선별된 정책 영역이다.
진짜 '출구'가 필요한 때
그러나 최근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 명을 넘었음에도, 졸업 후 국내 취업 비자(E-7)로 전환하는 비율은 전체의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유학생이 학업 이후 체류를 지속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국제적으로 선진국 다수는 유학생 유치뿐 아니라, 졸업생의 현지 정착 및 고용 연계까지 정책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한국의 체류 전환 장벽은 비교적 높은 편이며, 실제 정착률도 낮은 상황이다.
향후 유학생 정책은 단순한 입국 허가를 넘어, 졸업 후 인재의 활용과 체류 연계가 더욱 긴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적 경쟁력, 국내 인력 수급, 유학생 본인의 경력 형성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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